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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긴 대차니/대차니 당 이야기

당뇨 일기, 소아 당뇨 첫 발견때 서러웠던 일(자나깨나 말조심!)

by 대찬이 2021.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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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소아 당뇨에 걸리고 나서

꽤나 나에게 서러운 일들이 생겨났던 것 같다.

지금 떠올려도 화나거나 서운하거나,

그때로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혹시나 주위 사람들이나 혹은 내 가족이

나와 비슷한 상황이라면

조금은 말조심해달라는 마음,

그리고 아직도 나에겐 상처였던 일들을

털어버리고 싶은 마음으로

에피소드들을 가끔 풀까 한다.

약 열흘정도 입원해 있었던 병원에서 생긴 일.

 

짧다면 짧은 기간이었지만

열일곱이라는 한창 까불거릴 나이에

병실에 갇혀 있는 건 너무나도 괴로운 일이었다.

우선 아무것도 할 것 없이

심심하게 침대 신세를 져야 하는 것도 서러웠고,

남들에게는 웃플 수 있지만

병원밥이 너무 맛없어서 서럽기도 했다.

소아 당뇨였기 때문에

다른 환자들과는 또 다른 저염식 식단으로 차려지는데

그나마 간이 들어간 김치는 단 세 조각.

그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던 나에겐

여전히 갯수까지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숟가락을 들라는건지 말라는 건지..

안 그래도 힘이 없어 일어나지도 못하는데

당뇨 때문이 아니라 부실한 식단 때문에

현기증 나는 거 아니냐며 투덜거렸지.

그거까진 어쩔 수 없다며 강제로 참을 수는 있었는데

사실 가장 기억에 남을 정도로 서러웠던 사건은

엄마와의 대화에서 발생했다.

 

병실에 거의 매일같이 왔던 엄마가

어느 날은 할 말이 있어 보이듯 들어왔다.

아니나 다를까 급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소아 당뇨가 흔하지 않았던 때라

내 케이스가 방송에 나갔으면 한다는

병원 제안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그 말을 엄마가 전해주면서 나가볼래냐고 하는데

왜 이리도 화가 나고 서럽던지.

방송에 나가면 병원비도 대주고

출연료까지 따로 챙길 수 있다는 말을 하는데

그냥 엄마가 너무 미웠고

그걸 시도해보려고 물어보는 것 자체가 화가 났다.

모자이크 처리가 된대도

나에게 일어난 이 모든 일들이 받아들여지지도 않는데

방송에서 아예 공개를 한다고?

지금도 생각하면 서럽지만

그때는 더 감정이 북받쳐 화를 냈던 것 같다.

다른 일도 아니고 아픈 걸로,

그것도 열일곱 대차니에게는

나이 드신 어르신 분들에게나 있어야 하는 병이

왜 나에게 왔는지부터가 절망스럽고 창피했는데

방송에서 공개를 하라니.

아무리 돈이 나온다 하더라도

그걸 생각해보라고 말하는 엄마의 마음을 도무지 모르겠는,

그냥 화만 났다.

이 상황이 나에게만 절망스러운 건가?

역시 인생은 혼자 사는 건가,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긴 하는 걸까

아들이 이렇게 아픈 상황에도

돈을 생각하고 싶나,

내가 돈벌이인가

별 생각을 다했다.

물론 삶이 퍽퍽하고 그동안 살아온 생활이

돈과 연관되어 생각해왔던 사람이라면

돈 얘기를 들었을 때 흔들릴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엄마니까.

오히려 병원에서 나의 소아 당뇨 케이스로

방송 출연을 해보겠냐고 제안을 하더라도

알아서 됐다고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때만큼의 원망스러움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도 그날의 기억과

상처가 선명하다.

소아 당뇨를 받아들이기도 전에

나의 상황이 누군가에게 이용된 기분.

 

참고로 덧붙이자면__
누군가는 내 엄마가 마치 아주 나쁜 것처럼 비칠 수 있겠지만, 상황이 닥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라 생각한다. 내가 그때 당시에 고등학생이었고, 병원에서 제안을 했을 때 물어보기나 하자는 별 뜻 없는 마음에 물어봤을 수도 있고, (사실 그렇게는 이해하진 않는다.) 혹은 병원 비용이 부담이 되어 진짜 맘이 흔들려 출연하겠다고 하는 내 대답을 듣고 싶어 물어봤을 수는 있다. 어떤 이유였든 아예 당뇨라는 병명에 대해 생소해 '내가 아프구나' 정도만 생각할 수 있는 나이였다면 원망을 하거나 화를 내진 않았을 것 같다. 내 나이 열일곱에 엄마가 그 질환을 앓고 있었던 사람이었고, 어느 정도 내 자아가 성립되고 있었던 시기였으니 오히려 소아 당뇨를 받아들이기 더욱 힘들었고, 몸이 아픈 것보다 머리가 복잡했다. 창피해서 친구들에게까지 비밀로 했었는데 방송이 웬 말인가. 

만일 소아 당뇨를 앓고 있는 사람이 주변에든, 가족에게 있다면 이 말을 해주고 싶다. 아무리 안타까워도 대신 아파해줄 수 없는 것이니 다른 거 해줄 것 없이 말과 행동만 조심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앞으로 이러한 에피소드 몇 가지를 더 할 예정이지만, 그때마다 받은 상처들은 평생 지울 수 없게 되는 것 같다. 특히 가까운 사람에게 이러한 서러움을 당할 일이 빈번하니 한번 더 생각해서 말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당연히 당뇨에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기에 글을 이렇게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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