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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긴 대차니/대차니 당 이야기

30대 당뇨, 당뇨 관련된 일화(그라데이션 분노 주의)

by 대찬이 2021.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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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난 10대 당뇨인이었는데

올해로 서른이 되면서

30대 당뇨인이 되었다.

희한하게도 나의 이 골칫거리였던 질환은

어릴 때보다 나이가 들수록

남들에게 말하긴 편해진다.

나이가 먹는다는건 대체적으로 좋지 않지만

적어도 이런 면에서는 나에겐 좋기도 한 부분이다.

난 당뇨병을 남들에게 말하기

창피해했기 때문이다.

30대 당뇨인이 되기 한참 전,

약 4년 전쯤의 일이었다.

여자 친구인 소행이가 나의 질환에 대해 알고 있을 때,

함께 자취방에서 노트북으로

예능 한 편을 보고 있었다.

요즘엔 참 중간 중간에 광고가 많이 나온다.

그때도 60초 cf가 나오고 있었는데

(빈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러더니

사람들의 대답들이 종이에 쓰여

화면 전체를 감쌌다.

'더러워'

'전염 아니야?'

'무서워'

.

.

.

등의 부정적이고 듣기 힘든 대답들이었다.

그냥 말만 들어서는

성병 관련된 것들을 말하는 건가? 했는데

마지막이 가관이었다.

다름 아닌 '당뇨'

그러면서 나오는 말이

'당뇨는 더러운 병이 아닙니다.'

 

이거 원 참.

더럽다고 생각하라는 건지 뭔지.

나도 병원에 가면 의사 선생님께서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하두 말씀하셔서

내가 자기 관리를 하지 않아서 생긴 병이구나

이런 생각들이 깊숙이 박혀있던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더럽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더구나 내 옆에는 소행이가 있는데

이걸 어쩐다.

그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광고는 스킵도 없어서

끝까지 시청을 했어야 했고,

심지어 한 번 나왔으면 됐지

무슨 영상 중간중간에 반복해서 나오는 것 아닌가.

 

안 그래도 소행이는 당뇨병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기도 했기에

내가 앓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도

크게 연연해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히려 사람들이 저런 인식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더욱 '그런가..?' 하고 소행이 인식까지 바뀌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엄청나게 조급해졌던 것 같다.

노트북을 뿌셔뿌셔 하고 싶었지만

그건 소행이 꺼여서 안됐고..

넘기려면 괜히 더 나오는 것 같은 이런 상황..

하 폭망했다 싶은데 여자 친구가 급 씩씩거리며 왈,

무슨 잘못을 해서 아픈 것도 아니고

왜 이런 광고를 낸 거냐며 화를 내주었다.

주변에 30대 당뇨 아무리 들어봤어도

저런 말은 처음 들어봤다면서

30대 당뇨를 다 떠나서 이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들으면

얼마나 충격이겠냐고 기막혀했다.

(그라데이션 분노중)

왜 소행이는 화를 내고 있는데

나는 안심이 되었던 건지.

한켠에 괜한 위안이 되었고,

여자 친구 옆에서 그 광고를 보면서

창피했던 순간의 마음이 가라앉았다.

덕분에 나는 이때의 일이

굉장히 오래 흔적이 남을 만큼 상처가 되진 않았다.

 

다만,

최근 들어서 30대 당뇨가 더욱 급증하고,

더불어 소아 당뇨도 상당히 많다고 들었다.

'소아'라는 말에 정말 아가들처럼

어린 나이에나 생기는 건가 싶지만

실제로는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자신의 생활이 생기고,

천방지축 건강이 뭔가요~ 할 청소년 시기에

가장 많이 나타난다고 알고 있다.

 

'관리'의 관점에서만 보면 당뇨병에 걸렸을 때

'아 내가 잘못했구나.'

'관리를 못해서 그렇구나.'

'창피해..'

라는 생각이 들 수는 있다.

하지만 사람의 몸 체계는 제각각 다르고,

어떠한 이유나 상황, 환경을 갖고 있는지는 서로 모른다.

그러니 모두 괜찮다.

모든 것을 배제하고 소아부터 30대 당뇨까지

젊은 사람들이 앓고 있다고 하여

제멋대로 '관리를 하지 않아서' 혹은

위 광고처럼 터무니없이 극단적인 부정의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변에서 보는 사람도,

앓고 있는 사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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