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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긴 대차니/대차니 당 이야기

소아 당뇨, 여러 방향으로 관리를 도와주세요(feat. 고마웠던 친구들)

by 대찬이 2021.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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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당뇨 하면 어떻게 관리해줘야 할까?

점점 소아 비만부터 시작해서 당뇨까지

나이가 어려지는 성인병 질환들 때문에

부모들의 고민이 깊어졌을 듯하다.

 

직접 소아 당뇨를 경험해 보았던 나는

아무래도 부모보단 아이 입장에서 더 생각해보게 된다.

몸도 힘들지만 사실 어린 나이에

해당 질병을 앓게 되면

심적으로 힘든 부분이 꽤 많다.

그래서 '여러 방향으로 관리를 도와주세요'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더욱 정확히 말하자면

몸보단 마음을 먼저 달래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나의 상태를 모른 채 생활하다

쓰러진 뒤 열흘이란 시간을 병원에서 보냈다.

17살 한창 예민할 시기에는

'학교 가면 친구들이 물어보겠지?'

'뭐라고 해야 할까?'

이것들이 가장 걱정이고, 부담이었다.

저벅저벅 무거운 발걸음으로 등교를 했는데

역시나 반 친구들이

왜 이렇게 학교에 안 왔냐고 청문회가 열렸다.

당시에 기숙사 생활을 했던 나는

방에서 쓰러졌기 때문에

같은 반 친구들은 아예 모르는 일이었다.

 

 

'소아 당뇨'라는 질환을

온 마음을 다해 받아들이기도 어려웠고

창피하게 생각했던 부분이었어서

그냥 아팠다고 둘러대고 말았다.

수업 시간이 차라리 편하겠다며

종이 울리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는데

예상에서 계산하지 못했던 변수가 발생했다.

수업에 들어오셨던 수학 선생님께서

나의 당뇨 입원 사실을

너무 아무렇지 않게 친구들에게 알리는 것 아닌가.

그 순간 커다란 내 덩치를 이끌고

어느 구멍이든 찾아서 숨고 싶었다.

지금은 그나마 소아 당뇨가 많아졌다지만

그때 당시만 해도 나에게 방송 출연 제의까지 들어올 정도로

희귀병 취급을 받았어서

난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훨씬 충격이 큰 상태였으며

친구들에게는 더욱이 알리기 싫었다.

안 그래도 친구가 전부인 사춘기 시기였으니

머릿속이 복잡해진 것뿐 아니라

다 보는 앞에서 발가벗은 것처럼

너무 창피했다.

마치 '너 당뇨인 대차니구나?'

복도 걸어가면 누구나 다 그렇게 알고 있을 것만 같았고

명찰에 소아 당뇨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것만 같았다.

어리고 민감한 나잇 대였어서

더 그랬겠거니 생각은 하지만

지금 다시 회상해도

그 순간만큼은 진땀이 난다.

이젠 친구들이 뭐라 할까.

별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다행히 친구들은 전과 똑같이 나를 대했고

나에게 당뇨에 대해 알고 있다는 걸

티 내지 않았다.

그땐 얼마나 고마웠던지.

이 질환을 겪으면서 경험해왔던

굵직한 상처들에 비해서

이 날은 큰 흔적을 남길 만큼 아픔은 아니었다.

선생님도 나쁜 의도로 얘기한 게 아니었다는 걸 알고 있고,

친구들도 아무렇지 않게 대했기 때문에

학교 생활에 큰 불편함은 없었지만,

당부해두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가끔 내 포스팅 유입 검색어를 보면

'당뇨인에게 해줄 수 있는 일'

'당뇨인이 가족일 때'

'소아 당뇨 관리'

등 가까운 사람들의 일로

걱정이 되어 찾아보고 들어오는 분들이 적지 않다.

항상 배려는 상대방의 입장에 입각해 고려해봐야 하는 것인데

물리적으로 아픈 질환인 데다가

객관적인 관리가 필요한 부분이니

뭘 헤아려줘야 할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내가 경험해본 바,

몸 케어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보다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해주는 게

가장 1순위가 아닐까 싶다.

몸 상태를 충분히 설명하고

먹는 것, 운동하는 것들을 관리해준다면

건강은 유지할 수 있겠지만

한 순간의 말과 행동으로 남은 상처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을 테니.


 더하기 말 :: 저는 앞서 말했듯 열일곱에 처음 1형 당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찾아보니 소아 당뇨라는 것이 꼭 유아 시기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저처럼 10대 후반까지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저의 질환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가 최근 들어서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조금 더 아프고 따갑게 관리하기 위해 당뇨병을 공부하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이제 막 걷기 시작하는 아이들부터 저와 같이 10대 청소년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듣게 되었답니다. 

 어떤 유치원생은 친구들 간식 먹는 시간에 홀로 화장실에 몰래 가서 울면서 인슐린 주사를 놓기도 한다고 하고, 또 청소년 시기에는 해당 질환의 특성을 이용한 괴롭힘들이 발생하고 있다고도 합니다. 이를테면 고혈당인 동급생에게 군것질과 음료들을 일부러 왕창 먹인다거나, 저혈당인 아이에게는 당 충당해야 하는 시간에 먹을 것들을 전부 빼앗는 것이죠. 

 이건 너무 악질이다 싶어 경악했습니다. 만일 내가 어렸을 적, 선생님께서 당뇨란 것을 아무 악의 없이 얘기했다고 하더라도 친구들이 진짜 그러한 악질의 행동들을 나에게 했다면 난 지금 이렇게 살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 더 무서웠습니다. 

 '이 질병은 아무것도 아니야, 관리만 하면 돼. 당당해져.' '먹는 것 조심하고 운동해.' '이거 좋다니까 먹어봐.' '그건 몸에 좋지 않으니까 먹지 마.'


 저희 어머니가 저에게 해주셨던 말씀입니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아이에게 이런 말들을 해야 하는 입장이겠죠? 하지만 그보다도 유치원, 학교에 찾아가고, 전화해서 우리 아이의 몸 상태를 말하고 '이건 반 친구들에게 꼭 비밀로 해주세요.'라고 해주시길 바랍니다. 어차피 물리적 아픔은 혼자 관리해야 하는 일이니 동급생들이 알아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내 아이가 설마 왕따 당해서 저런 악한 행동에 당하겠어? 하지 말고 꼭 이 부분에 대해 아이도 상처 받지 않고,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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