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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긴 대차니/대차니 당 이야기

소아 당뇨, 10대 당뇨라면 꼭 보시길(진로 앞 당뇨라는 벽)

by 대찬이 2021.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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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모더나 2차를 맞은 뒤

잠시 앓느라 글을 잠시 쉬게 되었다.

다행히 별일 없었다는 듯 훌훌 털어내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나씩 해나가고 있다.

 

그리고 나의 또 다른 중요한 일인

포스팅을 앞두고 전하고 싶은 메시지들을 정리해보았다.

소아 당뇨를 겪었던 나에겐 여러 가지 시행착오가 있었는데

그중 가장 현실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싶어

10대 당뇨를 앓고 있는 분들에게,

혹은 그들의 가족분들께 꼭 들려주고 싶은

나의 과거 이야기가 있다.

난 고등학교 졸업을 하고 나서

대학교가 아닌 회사로 직행했다.

중학생 때부터 '난 무조건 돈을 많이 벌 꺼야!'라는 신념이 있었기에

다른 길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부모님께서 금전적인 부분으로 다툼도 있었기 때문에

더 돈벌기에 대한 막연한 꿈이 있었던 것 같다.

좋아하는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없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학교 선생님께서 추천서를 써주신 회사로 취업하게 되었고

멋진 수트를 바랐던 적은 없었지만

우주복 같은 작업복을 입고 온몸을 땀으로 샤워할 줄은 몰랐다.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어린 나이에는

해야 하니까 라는 생각으로 버텼던 것 같다.

돈 벌면 다 내가 쓰는건줄 알았는데

부모님께 보내는 돈 빼면 다달이 내 생활비로

나가는 돈들이 꽤 많구나 처음으로 실감했다.

책임져야 할 것들이 왜 이리도 많은지..

버거웠던 하루하루 지내던 중

나와 비슷하게 회사를 다니던 친구들이

하나씩 다른 진로를 선택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때 당시에는 소아 당뇨라는건 생각도 못하고

그저 혼란스럽고 나도 다른 길을 걷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 들었다.

대학생이 되기도 하고, 다른 더 좋은 회사로 이직하는 친구들을 보며

나도 그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회사를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왔다.

 

처음에 취업했던 곳은 선생님의 추천 덕분으로

쉽게 입사할 수 있었다는 생각을 못했다.

그래서 금방 이직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면접을 볼 때마다 당뇨라는 벽에 부딪혀야 했다.

몇 번이고 당뇨로 인해 퇴짜를 맞은 후

친구가 같아 알아봐 줘서 괜찮다고 했던 회사에 면접을 본 적도 있었는데

그땐 된다는 말에 희망을 갖고 향했다가

화가 날 정도로 크게 실망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 회사가 잘못한 건 아니지만

내 인생이 망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엄마가 특히 재촉을 했었다.

취업을 도대체 왜 안 하냐고

그렇게 집에만 있을 거냐고.

지금은 서운함을 가라앉히고 잘 지내고 있지만

그때 당시에는 왜 나한테만 이러는지 원망스럽기만 했다.

사실상 나에게 소아 당뇨 유전자를 준건 당신인데

왜 나한테 재촉을 하냐고

내 상황을 아냐고 따지고 싶었다.

 

언젠간 여자 친구가 나에게

회사에 숨길수는 없었던 거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물론 나도 그러고도 싶었지만

구두로 하는 면접 전 지원서에 항상

당뇨나 기타 질병을 적는 란이 있었다.

그 순간 어린 나이다 보니 숨기면 큰일이 날 것 같아

정직하게 당뇨라는 사실을 알렸다.

보통 내가 하는 일들은 기계를 다루는 일이었기에

다칠 위험이 있어서 물어보는 거니까

속이고 들어갔다가 나중에 보상도 못 받고 내가 뒤집어쓸 것만 같았다.

그것도 모르고 속이고라도 들어가지 그랬냐는 부모의 말은

나에게 큰 상처가 되었고 여전히 그때 생각하면 서운하긴 하다.

어쨌든 나이 서른 되어 이 부분을 말하자는 건 아니다.

소아 당뇨를 앓았던 나로서

10대 당뇨인들에게 당부해주고 싶은 부분이 있다.

 

다른 친구들처럼 진로를 마음대로 정할 수는 없다.

분명히 당뇨라는 질병이 본인에게 벽이 될 수 있고,

한계로 다가올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미리 절망할 게 아니라

해당 질환을 꺼려하는 직업들을 충분히 알아본 후에

내가 할만한 것들을 추려서 하나씩 해보라는 것이다.

마냥 돈 벌러 회사 가야지~했던 나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공부하지 못했던 것,

배워보지 못했던 것,

대학 생활을 생각도 해보지 못했던 것이 후회스럽다.

20대 중반에 소행이를 만나

나에게도 여러 길이 있는 거구나 처음 깨달았고

올해 서른이 된 내가 이제야 무언가를 시작하겠다고

꿈이란 걸 꾸고 계획하고 있지만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나만의 속도가 있다고 믿는 중이다.

 

10대, 20대 초 중반에는

진로를 당장 택하지 못하고,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이었음에도 퇴짜를 당한다는 것이

세상 망한 일이고 큰일 났다 싶기도 하다.

지나고 나면 아무 일도 아닌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평생 발목을 잡지는 않는다.

부지런히 내 진로에 대해, 삶에 대해

계획하고 경험하고 실천해 나갔으면 한다.

 

그리고 꼭 소아 당뇨라서가 아니라

진로를 정하는 모든 10대, 20대 부모님들은

그냥 그들이 자신의 길을 잘 걸어가길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줬으면 좋겠다.

안 그래도 미풍을 강풍처럼 느낄 수 있는 여린 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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