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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긴 대차니/대차니 당 이야기

당뇨 일기, 여자친구에게 당뇨 알렸던 날/소아 당뇨로 위축되지 마세요!

by 대찬이 2021.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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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 때 당뇨 사실을 알고 난 후부터

난 내 건강에 자신이 없었다.

사람들마다 깨닫는 시기가 다를 뿐

건강에서 작아지면 자신감도 절로 줄어든다는 것을 알 것이다.

고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은

어쩔 수 없이 알게 되었지만,

나는 그 이후 주변 사람들에게는

일절 이야기 하지 않았다.

당뇨병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질환이지만

왠지 부끄럽고 민망했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5년째 내 옆에 있는 여자 친구가 있다.

25살에 만나 서른이 된 지금까지

365일 중 250일 이상을 만날 정도로

처음부터 매일같이 붙어 있었다.

만나는 초반부터 내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었던 건

역시나 당뇨 사실을 알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였다.

주변 사람들은 모르는데도

괜히 나 혼자 찔려서 어디선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처음부터 결혼을 염두하고 만났던 건 아니지만

왠지 나만 잘하면 오래 갈 것만 같은 기분도 들었고,

그냥 나와 너무 다르게 밝고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라

전에 연애했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내가 연애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시기가 되었는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속으로 당뇨가 항상 걸렸던 것 같다.

소아 당뇨로 인해 위축되었던 내 모습에

자신감이 없었고,

발설하는 순간 소행이의 머릿속도 복잡해질 것만 같았다.

근데 생각치도 못한 상황에서

시한폭탄이 터지고 말았다.

소행이와 만난 지 반년 정도 되었을까?

자꾸 같이 있으면서도 조는 나를 보고

결국엔 서운함이 폭발한 소행이에게

급 고백을 하게 된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하필 이런 상황에...라는 생각에 민망하기도 한데

본인에게 소원해졌다는 여자 친구 마음을

가장 객관적인 변명을 들어 수습하려 했던 방법이었던 것 같다.

사실 홈 데이트를 한창 많이 했던 기간이었어서

더 긴장이 풀어져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정적은 길지 않았다.

한 2~3초 됐을까?

그 시간이 왜 이리도 조마조마했는지.

소행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나에 대해서 전과는 좀 다르게 느껴지겠지 하는 마음에

침울함이 더욱 거세지려 할 때,

어쩌란 거지? 하는 느낌의 표정으로

'그래서 왜 조는거냐구' 라는 멘트를 치는 소행이.

 

'읭?'

.

.

솔직히 소행이가 내 눈에는 일반적이지는 않았다.

특이하다기보다는 나와는 완전히 다른 에너지와

다양한 표현을 스스럼없이 하는 모습,

본인의 생각이나 느낌을 아주 섬세하게 드러내는 것 등.

희한하다는 생각을 하게 했던 여자였는데

당뇨 고백을 하고 나서의 반응까지도

신기할 정도로 의연했다.

아마도 주변에서 흔히 들었지만

잘 모르는 질환이기에 오히려 편견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워낙 선입견이 없는 사람이기도 하고 ㅎㅎ

그 이후에 집 가서 혼자 당뇨에 대해 찾아봤는지

관리만 하면 괜찮다면서

그 질환에 대해 일자무식했던 소행이는

이것저것 당뇨에 좋은 음식들부터 운동, 생활습관까지

다 찾아가며 챙겨주기도 했다.

중간에 서로 바빠서 흐트러진 기간도 있었지만

최근에 다시 나보다 더 관심을 갖고

챙겨주는 모습을 보면 난 참 행복한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소아 당뇨라는 것은 나도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질환이라고 딱 단정 지어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겪은 바로는 주변 어른들의 시선과

사람들의 편견에서 만들어지는 태도, 환경들로 인해

어린 나이부터 위축이 될만한 상황에 마주하기도 한다.

(관련된 일화들은 앞으로 간간히 풀어보겠다.)

관리를 남들보다 훨씬 철두철미하게 해야 하는 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감까지 떨어질 정도로

건강하지 못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여자 친구에게 말한 이후로 내가 당뇨를 대하는 태도도 변했고

만일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있다면

그냥 받아들이고 관리하면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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